이재규 감독의 영화 <역린>에서 정조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중용 23장'을 외울 수 있느냐고 묻는다.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왕의 서책을 관리하는 상책이 나지막이 읊조린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1,582곳을 넘었던 요양병원은 1,400여 곳으로 줄어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병상간 이격거리를 1.5m로 늘리는 정책은 병상수 감소로 경영에 타격을 주고 있다. 어떤 병원장은 "대학병원에서 퇴원 환자가 생기면 5~6개 요양병원에서 유치 전쟁을 할 정도로 어렵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요양병원의 입원 환자가 줄었고, 불황으로 요양 시설이나 재가방문 요양서비스로의 전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중용 23장'의 의미는 요양병원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환자에게 일어나는 작은 일에도 지극히 정성을 다한다면 요양병원의 가는 길은 순조로울 것이다. 영화 한 편을 통해서 살아가는 교훈을 배운다.